박물관엔 왜 흙과 돌뿐인가
신석기 유물 4,222점 중 나무는 2점, 종이는 0점.
흙은 결정이다. 흙을 점토로 만들어 토기를 굽는다는 것은 점토 안에 있던 물을 빼고, 남은 규소와 산소를 격자에 가두는 일이다. 그 틀에 박힌 원자는 자기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. 박테리아도 먹지 못하고, 곰팡이도 자라지 못한다. 그래서 토기 파편은 만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.
신석기 시대 유물 4,222점 중 흙이 2,233, 돌이 1,166. 나무는 2점, 종이와 섬유는 0이다. 청동기 시대도 마찬가지다.
이 수치는 그 시대 사람들이 흙과 돌만 썼다는 뜻이 아니다. 신석기에도 사람들은 나무를 깎아 그릇을 만들었고, 풀을 엮어 무언가를 지었다. 그 모든 것이 시간에 지워졌을 뿐이다. 무기물은 시간을 견디는 재료가 아니라, 시간이 지우지 못한 재료다.
박물관에 남아있는 고대의 유물들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이 아니다. 그 삶 곁에 있던 흙과 돌이다.